갈비찜에 붙은 힘줄

명절이나 귀한 손님을  집에 초대할 때면 미리 장을 봐서 준비하는 특별메뉴가 집집마다 있게 마련이다. 대개는 육고기인 경우가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대중적인 소불고기 대신 비싼 갈비가 자리를 대체하기시작했다. 하지만 연기가 많이 나는 숫붗갈비는 외식용으로나 가능해서 집에서는 주로 갈비찜을 만들었던 것같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엘에이 갈비라는 희한한 이름의 음식이 대형 부페식당에 등장했고, 즉석에서 고기를 굽던 요리사앞에서 길게 줄을 서며 몇장의 고기를 집어갈지 고민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기억한다. 달착지근한 불맛도 좋았지만 기존의 형태가 아닌 납작하게 펼쳐진 모양은 이국적 스테이크와 흡사해서인지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미제가 좋아도 소고기는 국산이 최고라 여겼던 한국적 정서 속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무렵, 엘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로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한국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 이름을 붙였졌다는 설과, 독특한 방향으로 육질이 썰린 모양을 , 실제로 지명이 아닌 레터럴의 약자라는 말도 있다. 하여간 이런 모양새의 갈비 덕택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숯불이 아닌 가스불로 구운 갈비구이를 먹을 있게 되었다.

미국에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남편의 직장 지인 가족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정성스럽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한국적 정이라 믿으며 음식준비와 집안 청소를 며칠전 부터 신경써서 했는데, 메뉴 선정이 관건이었다미리 그들이 채식주의자는 아님을 확인했지만 아이를 동반한 정통미국인의 입맛이 과연 어떨지  조금의 짐작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한 메인요리로 갈비찜으로 결정했다. 질긴 맛을 없애고 누린내 제거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핏물도 미리 빼고, 황백지단까지 얌전하게 부쳐 고명으로 얹은 완벽한 손님상 음식이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라, 초대한 손님들은 예정보다 늦게 도착을 했고, 그것을 맞추느라 음식은 몇번이나 데웠는지 모른다. 적당했던 간은 짜졌으며, 촉촉했던 식감의 당근도 그만 흐물해져 버렸다. 다행히 손님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갈비찜을 맛있게 드셔 주었지만 한국 음식이 낯설었던 어린 소년은 갈비의 살코기 부위만 베어물고 조금은 질겼을 힘줄 부분은  고스란히 남겨버렸다. 후로는 외국인 손님을 접대할 경우, 갈비 대신 불고기를 상에 내어놓는 편이다. 다른 음식과의  밸런스도 우수하고, 약간 식어도 맛의 변화가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모처럼 아이들과 쌈채소를 준비하고 엘에이 갈비를 구웠다. 나의 아이들도 미국생활에 익숙해서인지 말랑한 살코기만 먹을 뼈에 달라붙은 쫄깃한 힘줄은 먹지않더라.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가위로 살코기부위만 썰어서 주곤 했더니, 나중엔 몫의 갈비는 뼈에 붙은 힘줄뿐이네. 물론 불맛이 적당히 배인 뼈에 붙은 고기도 별미지만, 어느순간 이런 모습이 청승맞아 보인다. 단순히 엄마만의 희생으로 자기 비하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궁금하기 한다. 정말 부위가 별미가 맞는지? 조만간 나만을 위해 고기를 구워야겠다. 아니 시대의 어머니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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